회사의 살림을 기록할 때, 서로 다른 두 개의 달력을 쓸 수 있어요.
하나는 '돈 달력'이에요. 통장에 현금이 들어온 날, 나간 날을 기준으로 적는 거죠. 우리가 가계부 쓰듯이요. 다른 하나는 '거래 달력'이에요. 돈이 오갔든 안 갔든, 물건을 넘기거나 서비스를 해 준 그 '일이 벌어진 날'을 기준으로 적어요.
앞 편들에서 봤던 '이익은 났는데 현금은 없는' 착시. 그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회사가 이익을 잡을 때 쓰는 건 돈 달력이 아니라 거래 달력이거든요. 이 규칙에 이름이 있어요. 발생주의예요.
발생주의(accrual basis)는 '거래가 실제로 일어난 시점'에 수익과 비용을 기록하는 규칙이에요. 돈이 언제 오갔는지는 그다음 문제예요.
예를 들어 회사가 물건을 넘겼다고 해 봐요. 손님이 대금을 석 달 뒤에 주기로 했어도, 발생주의에서는 물건을 넘긴 그날 매출과 이익을 잡아요. 팔았다는 '거래'가 그날 완성됐으니까요. 아직 통장엔 돈이 안 들어왔는데도요. 이때 '받을 예정인 돈'은 외상 매출로 따로 적어 둬요.
반대도 있어요. 대금을 미리 받았지만 아직 물건을 안 넘겼다면, 돈은 통장에 있어도 이익으론 안 잡아요. 거래가 아직 안 끝났으니까요. 이렇게 이익의 기준점은 '돈'이 아니라 '거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