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종목을 분석해 내놓는 리포트에는 대개 짧은 등급이 붙어요. 흔히 매수, 중립, 매도 같은 세 단계로 나뉘죠. 증권사마다 부르는 말은 조금씩 달라도, 큰 틀은 '사라 / 그대로 둬라 / 팔라'의 세 갈래예요.
등급은 리포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에요. 긴 분석을 다 읽지 않아도 이 한 단어만 보면 결론을 안다고 여기게 되거든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등급만 훑고 넘어가요.
문제는 이 세 단어를 국어사전 뜻 그대로 읽으면 오해가 생긴다는 거예요. '중립'이라고 하면 딱 중간, 사도 팔지도 말라는 뜻 같잖아요. 그런데 실제 시장에서 이 단어들이 쓰이는 무게는 그 겉뜻과 미묘하게 달라요.
리포트 등급을 모아 놓고 보면, 매수 쪽에 쏠려 있는 경향이 있어요. 매도 등급은 드물고, 대부분이 매수 아니면 중립에 몰려요.
가상의 예로 감을 잡아 볼게요. 어떤 종목들에 붙은 등급을 모았더니 매수가 아주 많고, 중립이 그다음, 매도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고 해 봐요. 세상의 종목 절반이 정말로 사야 할 만큼 좋고 매도할 만한 건 거의 없을까요. 그렇게 보긴 어렵죠. 그런데도 등급은 매수 쪽으로 기울어 있어요.
이렇게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으니, 눈금도 옮겨서 읽어야 해요. 등급 전체가 후한 쪽으로 밀려 있다면, 겉으로 '중립'이라고 적힌 등급은 사실상 부정적인 신호에 가까울 수 있어요. 진짜로 좋게 볼 때만 매수를 주는 게 아니라 웬만하면 매수를 주는 분위기라면, 매수가 아닌 것 자체가 완곡한 경고일 수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