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따라 하는 걸 무조건 어리석다고 하긴 어려워요. 사실 오랜 시간 그건 살아남는 지혜였어요. 낯선 숲에서 앞사람이 갑자기 뛰기 시작하면, 이유를 따지기 전에 같이 뛰는 게 안전했으니까요. 남들의 행동에는 내가 못 본 정보가 담겨 있을 때가 많았고요.
그래서 우리 안에는 '다수를 신호로 읽는' 버릇이 새겨져 있어요. 투자에서도 이 버릇이 작동해요. 많은 사람이 어떤 종목을 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생각해요. "저렇게 많이들 사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이 따라 함이 무리를 이루는 걸 군집 행동(herding behavior)이라고 불러요. 문제는 이 똑똑한 버릇이 시장에서는 자주 역효과를 낸다는 거예요.
숲에서 남을 따라 뛰는 게 통했던 건, 앞사람이 진짜로 위험을 봤을 확률이 높아서였어요. 그런데 시장에서는 이 조건이 자주 무너져요.
많은 사람이 어떤 종목을 사는 이유가, 알고 보면 '남들이 사서'일 수 있거든요. A는 B가 사서 사고, B는 C가 사서 샀는데, 정작 맨 앞에서 무언가를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수 있어요. 다들 옆 사람의 뒤통수만 보고 뛰는 거죠.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산다'는 사실은 더 이상 정보가 아니에요. 서로가 서로를 근거로 삼는 메아리가 될 뿐이에요. 그런데 이 메아리가 커질수록, 겉으로는 점점 더 확실한 신호처럼 보인다는 게 함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