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영화를 보러 갔다고 해 볼게요. 30분쯤 보니 영 별로예요. 그런데도 자리를 안 뜨죠. 왜일까요. "표값 냈는데 아깝잖아, 이왕 온 거 끝까지 봐야지."
그런데 잠깐 따져 봐요. 표값은 나가는 순간 이미 없어진 돈이에요. 끝까지 보든 지금 나가든 그 돈은 안 돌아와요. 오히려 끝까지 앉아 있으면 재미없는 두 시간까지 얹어서 잃는 셈이에요. 그럼에도 우리는 '낸 돈이 아까워서' 남아요.
이미 써 버려 되돌릴 수 없는 돈을 매몰비용(sunk cost, 이미 묻혀 회수 불가능한 비용)이라고 해요. 그리고 그 매몰비용 때문에 앞으로의 선택이 휘둘리는 걸 매몰비용 오류라고 하죠. 오늘은 이 오류가 주식에서 어떻게 발목을 잡는지 볼게요.
주식에서 매몰비용 오류는 이런 문장으로 나타나요. "여기까지 물렸는데 지금 팔면 그동안 참은 게 다 아깝잖아."
오래 안고 버틴 종목일수록 이 마음이 세져요. 참아 온 시간, 물려 있는 돈, 마음고생—이 모든 게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한마디에 담기죠. 그래서 팔지 못하고, 때로는 본전을 만회하려고 더 매달려요.
하지만 그 '여기까지'는 전부 지나간 일이에요. 물린 돈도, 참은 시간도 이미 벌어진 과거예요. 지금 팔든 계속 갖든 그 과거는 바뀌지 않아요. 그런데도 그 과거가 아까워서, 우리는 앞으로의 결정을 그 과거에 묶어 둬요. 재미없는 영화를 표값 때문에 끝까지 보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