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주식이 떨어진 밤을 떠올려 볼게요. 화면 속 숫자가 빨갛게 물들어 있어요. 마음이 불편하죠. 그때 아주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이 들어요. "지금 값이 싸졌으니, 여기서 좀 더 사 두면 평균 단가가 내려갈 거야. 그러면 살짝만 반등해도 본전을 넘기잖아."
이걸 흔히 '물타기'라고 불러요. 진한 물에 물을 더 부어 옅게 만들듯, 비싸게 산 값에 싼값을 섞어 평균을 낮추는 거예요. 오늘은 이 물타기가 왜 그렇게 달콤하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그 달콤함 뒤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를 들여다볼게요.
먼저 물타기의 산수가 얼마나 그럴듯한지 인정하고 시작할게요. 가상의 숫자로 그려 볼게요.
어떤 주식을 한 주에 1만 원씩 10주 샀다고 해 봐요. 든 돈은 10만 원이에요. 그런데 값이 5천 원으로 반토막 났어요. 여기서 같은 5천 원짜리를 10주 더 사요. 이제 가진 건 20주, 든 돈은 15만 원이니 평균 단가는 7,500원으로 내려가요.
처음엔 1만 원까지 올라야 본전이었는데, 이제는 7,500원까지만 오르면 본전이에요. '본전까지의 거리'가 확 줄었죠. 화면 속 손실률 숫자도 덜 아파 보여요. 여기까지만 보면 물타기는 손해를 줄이는 똑똑한 수처럼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