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난 주식 앞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어요. "본전만 오면 팔 거야." 언뜻 절제 있는 계획처럼 들려요. 그런데 이 말의 기준인 '본전'이 뭔지 다시 봐요.
본전은 내가 그 주식을 산 값이에요. 세상 누구도, 그 회사조차도 내 매수가가 얼마인지 몰라요. 오직 나만 아는 숫자죠. 시장은 내가 얼마에 샀는지에 아무 관심이 없어요. 값은 회사의 앞날과 시장의 판단으로 움직이지, 내 매수가를 향해 돌아오도록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그 값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값이 거기로 '돌아오기를' 기다려요. 오늘 풀어 볼 건, 오직 나만 아는 이 숫자가 어떻게 판단의 잣대가 되어 버리는가예요.
투자 판단은 원래 앞을 보는 일이에요. '이 회사가 앞으로 더 벌까, 덜 벌까'를 묻는 거죠. 그런데 본전 생각이 끼어들면, 잣대가 슬그머니 뒤로 넘어가요.
"이 회사 앞날이 어떤가"를 묻는 대신, "내가 산 값까지 얼마나 남았나"를 묻게 돼요. 회사의 미래가 아니라 내 과거의 매수가가 판단의 중심이 되는 거예요. 그러면 앞으로 더 나빠질 회사여도 '본전까지만'이라는 이유로 붙잡고, 앞으로 더 좋아질 회사여도 '본전 넘겼으니까'라며 놓아 버릴 수 있어요.
이게 왜 위험하냐면, 회사의 앞날과 내 매수가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이에요. 값이 본전에 가깝든 멀든, 그건 그 회사가 앞으로 어떨지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아요. 잣대가 미래에서 과거로 옮겨 간 순간, 판단은 회사를 떠나 내 장부를 보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