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보내려면, 무언가에 실어 날라야 해요. 오랫동안 그 무언가는 전기였어요. 구리선에 전기 신호를 흘려 0과 1을 실어 보내는 방식이죠. 우리가 쓰는 랜선도 대개 구리예요.
그런데 신호를 나르는 방법이 하나 더 있어요. 빛이에요. 유리로 만든 아주 가느다란 실(광섬유)에 빛을 켰다 껐다 하며 신호를 실어 보내요. 이 빛을 만들어 넣고, 도착한 빛을 다시 전기 신호로 바꿔 주는 작은 부품이 광모듈이에요.
구리와 빛, 둘 다 신호를 나르지만 성격이 달라요. 오늘은 데이터센터 '안'에서 왜 이 둘의 자리가 바뀌고 있는지를 볼게요. 바다를 건너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한 건물 안 서버끼리의 이야기예요.
예전에는 데이터센터 안 서버끼리도 구리로 충분히 이었어요. 주고받는 데이터가 그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구리에는 약점이 있어요. 신호를 아주 빠르게, 아주 멀리 보내려 하면 신호가 점점 흐려지고 열도 나요. 가까운 거리에서 적당한 속도까지는 괜찮은데, 그 선을 넘어서면 힘에 부쳐요. 마치 귓속말은 옆 사람에게는 잘 들려도, 방 건너까지 또렷이 전하려면 목이 쉬는 것과 비슷해요.
AI 계산은 이 선을 밀어붙여요. 수많은 칩이 한꺼번에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거든요. 계산을 여러 칩이 나눠 하니, 서로 쉴 새 없이 중간 결과를 주고받아야 하죠. 그 양과 속도가 구리가 편히 감당하던 선을 넘어서기 시작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