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화면을 열면 값들이 위아래로 촘촘히 늘어선 표가 있어요. 처음엔 그저 어지러운 숫자판처럼 보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이 현재가만 힐끗 보고 이 표는 그냥 지나쳐요.
그런데 이 표는 그냥 값 목록이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 이 종목을 두고 사려는 사람들과 팔려는 사람들이 '나는 이 값에 이만큼 하겠다'고 미리 걸어 둔 예약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거예요. 이걸 호가창(order book)이라고 해요.
말하자면 시장의 속마음이 얇게 드러난 창이에요. 값이 어떻게 정해질지, 사람들이 어느 값에 몰려 있는지가 여기 담겨 있어요.
호가창은 가운데를 기준으로 위아래가 나뉘어요. 지금 값보다 위쪽에는 '이 값이면 팔겠다'는 매도 주문들이 값 순서대로 쌓여 있어요. 아래쪽에는 '이 값이면 사겠다'는 매수 주문들이 쌓여 있고요.
각 값 옆에는 숫자가 붙어요. 그 값에 걸린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예요. 어떤 값엔 조금, 어떤 값엔 잔뜩 걸려 있죠. 그래서 호가창은 한 층 한 층 물량이 쌓인 계단처럼 보여요. 위로 올라가는 팔자 계단과, 아래로 내려가는 사자 계단이 가운데에서 맞닿아 있는 모양이에요.
맨 아래 팔자와 맨 위 사자가 만나는 그 가운데 틈에서 거래가 이뤄져요. 사려는 사람이 위쪽 팔자 물량을 받아 가면 값이 한 계단 오르고, 팔려는 사람이 아래쪽 사자 물량을 채워 가면 값이 한 계단 내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