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0원." 앱에 이 문구가 뜨면 기분이 좋아요. 사고팔 때마다 떼이던 돈을 안 내도 되니까요.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앞뒤가 안 맞는 구석이 있어요. 증권사는 자선단체가 아니에요. 직원 월급도 주고 시스템도 돌려야 하죠. 그 비용을 대려면 어디선가는 돈이 들어와야 해요. 그런데 우리에게서 수수료를 안 받는다면, 그 돈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공짜'라는 말이 나올 때는 대개 값이 사라진 게 아니라, 값을 치르는 자리가 다른 데로 옮겨 간 경우가 많아요. 오늘은 그 옮겨 간 자리를 하나씩 따라가 볼게요. 돈이 흐르는 길을 되짚으면, 수수료 0원의 정체가 드러나요.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해요. 내가 앱에서 사기 버튼을 누르면, 그 주문이 곧장 거래소로 날아가 체결된다고요.
그런데 실제로는 한 단계가 더 있을 수 있어요. 증권사가 내 주문을 거래소로 바로 보내는 대신, 주문을 대신 처리해 주는 특정 업체에 먼저 넘기는 경우예요. 이 업체는 앞선 편에서 본 마켓메이커처럼, 사자·팔자에 늘 응해 주며 대량의 주문을 도맡아 체결하는 곳이에요.
증권사 입장에선 수많은 개인 주문을 이 업체 한 곳에 몰아서 넘기는 셈이에요. 그래서 이 구조를 '주문 흐름을 넘긴다'고 표현해요. 내 주문이 시장에 닿기 전에, 이렇게 한 곳으로 모여 전달되는 길이 있다는 걸 먼저 알아 둬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