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탈 때마다 마일리지가 쌓여요. 승객 입장에선 덤으로 주는 선물 같죠. 언젠가 이걸 모아 공짜 항공권으로 바꿀 생각을 하면 흐뭇하고요.
그런데 같은 순간을 항공사 쪽에서 보면 그림이 달라요. 승객에게 마일리지를 준다는 건, '나중에 이 마일로 좌석을 달라고 하면 내주겠다'는 약속을 한 거예요. 지금 당장 돈이 나가진 않지만, 앞으로 갚아야 할 의무가 생긴 거죠.
회계에서는 이렇게 '앞으로 무언가를 내줘야 할 의무'를 부채로 적어요. 그래서 승객이 마일을 쌓을 때마다, 항공사 장부 한쪽엔 갚아야 할 빚이 조금씩 늘어나요. 선물을 준 게 아니라, 외상 장부에 한 줄을 적은 셈이에요.
이 빚은 승객이 마일을 쓰지 않는 동안 계속 장부에 남아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마일을 안 써요. 언젠가 좋은 여행에 쓰려고 아끼거나, 있는지도 잊고 지내죠.
그래서 항공사에는 '아직 안 갚은 마일리지'가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어요. 수많은 승객이 조금씩 모아 둔 걸 다 합치면 큰 규모가 돼요. 항공사는 이 미래의 의무가 대략 얼마쯤 될지 늘 가늠하고 장부에 반영해 둬요.
다만 이 빚엔 특이한 구석이 있어요. 마일리지에는 대개 소멸 기한이 있어서, 기한 안에 안 쓰면 사라지거든요. 항공사 입장에선 승객이 안 쓰고 넘겨 소멸되는 마일이 생기면, 그만큼 갚을 필요가 없어져요. 물론 이게 항공사의 노림수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결과적으로 안 쓰인 마일은 항공사의 부담을 덜어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