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한자리에 머물려면 닻을 내려요. 닻이 바닥에 박히면 배는 그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죠. 사람의 판단에도 이런 닻이 있어요. 어떤 숫자를 처음 접하면 그 숫자가 마음속에 콱 박혀서, 이후의 모든 판단이 그 언저리를 맴돌아요. 이걸 앵커링(닻 내리기, 기준점 편향)이라고 불러요.
주식에서 이 닻이 되는 숫자는 대개 둘 중 하나예요. '내가 산 값'과 '예전에 찍었던 최고가'요. 오늘은 이 두 개의 닻이 어떻게 우리 판단을 붙잡아 두는지를 하나씩 풀어 볼게요.
가장 흔한 닻은 '내가 산 값'이에요. 10만 원에 산 주식이 7만 원이 되면, 우리는 자동으로 이렇게 생각해요. "3만 원 손해네."
그런데 조용히 뜯어보면 이상해요. 시장은 내가 얼마에 샀는지 전혀 몰라요. 관심도 없고요. 지금 이 회사의 값어치를 두고 수많은 사람이 사고팔아 만들어 낸 값이 7만 원인 거예요. 내가 10만 원에 샀든 5만 원에 샀든, 그건 오직 내 사정일 뿐 회사와는 상관없는 숫자예요.
그런데도 '내가 산 값'이라는 닻이 박혀 있으면, 판단의 질문이 뒤바뀌어요. '이 회사가 지금 7만 원의 값어치가 있나'를 물어야 할 자리에, '언제 10만 원으로 돌아오나'를 묻게 되죠. 앞 질문은 회사를 보고, 뒤 질문은 내 매수가를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