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가게의 세트 메뉴를 떠올려 보세요. 버거만 살 수도 있는데, 감자튀김과 음료를 묶은 세트가 늘 눈에 띄는 자리에 있어요. 통신사 요금제도 그렇죠. 인터넷에 텔레비전, 휴대폰까지 한 묶음으로 권해요.
요즘은 눈에 안 보이는 상품도 이렇게 묶여 와요. 영상 구독에 게임이 딸려 오고, 회사에서 쓰는 사무 프로그램에 화상회의와 저장 공간이 함께 묶여요.
이렇게 여러 상품을 하나의 묶음으로 파는 걸 번들링(따로 팔 수 있는 것을 묶어서 함께 파는 것)이라고 해요. 그냥 인심 써서 얹어 주는 것 같지만, 그 안엔 꽤 촘촘한 계산이 들어 있어요. 오늘 그 계산을 하나씩 풀어 볼게요.
왜 묶는 게 이득인지, 손님 쪽에서 먼저 봐 볼게요.
영상과 게임을 함께 파는 회사가 있다고 해 봐요. 어떤 손님은 영상을 아주 좋아하고 게임엔 관심이 없어요. 다른 손님은 반대예요. 게임에 열심이고 영상은 가끔만 봐요.
이 둘에게 상품을 따로따로 팔면,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하나만 사고 나머지엔 지갑을 안 열어요. 그런데 둘을 적당한 값에 묶어 팔면, 영상 좋아하는 손님도 '어차피 산 김에 게임도 있으니 좋지' 하고, 게임 좋아하는 손님도 '영상까지 되네' 하며 묶음을 사요.
사람마다 어떤 상품에 얼마를 낼 마음이 있는지가 제각각인데, 묶음은 그 제각각인 마음을 하나의 값으로 부드럽게 아울러요. 따로 팔았으면 못 받았을 지갑을 열게 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