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카드를 긁으면 순식간에 '승인'이 떠요. 우리 눈엔 카드 단말기 하나와 내 카드, 딱 둘만 보여요. 그런데 그 짧은 순간, 화면 뒤에서는 여러 회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고 있어요.
크게 세 무리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 내 카드를 발급해 준 곳. 둘째, 가게가 카드를 받을 수 있게 해 준 곳. 셋째, 이 둘 사이에서 신호를 실어 나르는 결제망이에요. 카드 한 번은 이 셋이 손발을 맞춘 결과예요. 그리고 결제가 끝나면, 이 셋이 각자 아주 작은 몫을 나눠 가져요.
세 자리를 조금 더 또렷하게 그려 볼게요.
첫째, 카드를 발급한 곳이에요. 내게 카드를 쥐여 주고, 결제하면 대신 먼저 값을 치러 주는 곳이죠. 나중에 내게 청구서를 보내요.
둘째, 가게 쪽을 맡은 곳이에요. 가게에 단말기를 놓아 주고, 손님이 카드를 긁으면 그 돈이 가게 통장에 들어가도록 처리해 줘요.
셋째, 결제망이에요. 앞의 두 곳 사이에서 "이 카드 결제해도 되나요?"라는 물음과 "됩니다"라는 답을 실어 나르는 고속도로 같은 곳이에요.
손님인 나는 이 셋 중 하나(첫째)만 알아요. 나머지 둘은 화면 뒤에서만 움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