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가게에 봉지 하나가 있다고 해 볼게요. 안에는 값비싼 딸기와 흔한 사과가 섞여 담겨 있어요. 봉지째 팔면 손님은 이걸 뭉뚱그려 '적당한 과일 한 봉지' 값으로 쳐요. 딸기가 얼마나 좋은지는 사과에 가려 잘 안 보여요.
큰 회사도 이 봉지와 비슷할 때가 있어요. 한 지붕 아래 성격이 다른 여러 사업이 섞여 있으면, 시장은 그 회사를 하나의 뭉텅이로 대충 값을 매겨요. 그 안에 정말 빛나는 사업이 있어도, 나머지에 가려 제값을 못 받는 거예요.
섞여 있는 것 자체가 왜 값을 누를까요. 몇 가지가 겹쳐요.
먼저 보는 사람이 헷갈려요. 빠르게 크는 사업과 천천히 도는 사업이 한 회사에 섞이면, 시장은 이 회사를 성장주로 봐야 할지 안정주로 봐야 할지 애매해해요. 애매하면 값을 후하게 주기 어려워요.
안에서도 서로 발목을 잡기도 해요. 잘 크는 사업이 번 돈이 정체된 사업의 구멍을 메우는 데 쓰이면, 정작 크는 사업은 투자할 돈이 줄어요. 이렇게 서로 다른 사업이 한데 묶여 제 색을 못 내는 상태를, 시장은 뭉뚱그려 낮게 쳐요. 좋은 사업의 빛이 나머지에 흡수돼 버리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