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가 오래 기대 온 돈 버는 방식이 있어요. 매일·매달 먹어야 하는 약이에요.
혈압약이나 당뇨약처럼 병을 '관리'하는 약은, 낫는 게 아니라 다스리는 거예요. 그래서 환자는 진단을 받은 뒤로 몇 년, 길게는 평생을 사서 먹어요. 회사 입장에선 한 번 처방이 시작되면 매출이 오래오래 반복돼요. 이걸 반복 매출(recurring revenue), 계속 되풀이되는 수입이라고 불러요.
이 반복이 제약 사업의 든든한 뿌리였어요. 개발엔 돈이 많이 들지만, 일단 팔리기 시작하면 같은 약이 해마다 팔리니 그 돈을 회수할 시간이 있었거든요. '한 번 만들어 오래 되판다'는 안정된 구조였어요.
이제 성격이 전혀 다른 치료제가 등장해요. 유전자 치료제예요.
관리약이 증상을 눌러 준다면, 유전자 치료제는 병의 원인이 되는 곳을 한 번에 손봐서 뿌리부터 고치는 걸 노려요. 잘되면 딱 한 번의 치료로 오래, 혹은 평생 효과가 이어질 수 있어요.
환자에겐 꿈 같은 소식이에요. 그런데 회사의 매출 장부에선 묘한 일이 벌어져요. 환자가 나아 버리면 다시 살 약이 없거든요. 매달 반복되던 매출이 '한 번'으로 끝나요. 병을 잘 고칠수록 그 병으로 벌 돈이 사라지는, 사업으로 보면 참 얄궂은 구조예요. 잘 파는 게 곧 시장을 스스로 줄이는 일이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