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떠올려 볼게요. 글은 작가가 써요. 하지만 그 책을 전국 서점에 깔고, 광고하고, 계산대에서 파는 건 출판사가 해요. 작가는 책을 직접 팔지 않아도, 팔릴 때마다 인세를 받아요.
신약 세계에도 이 구도가 있어요. 약을 발견하고 초기 개발을 하는 회사가 있고, 그 약을 세계 곳곳의 병원과 약국에 실어 나르며 파는 회사가 따로 있어요. 만든 쪽이 반드시 파는 쪽일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오늘 이야기의 출발점이에요.
왜 만든 회사가 직접 안 팔까요. 팔 수 있는데 안 하는 게 아니라, 파는 일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일이라서예요.
약 하나를 세계에 팔려면 나라마다 판매 허가를 받고, 의사들을 만나 설명하는 영업 조직을 두고, 대량 생산할 공장과 유통망을 갖춰야 해요. 이건 약을 발견하는 능력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힘이에요. 작은 바이오회사는 좋은 약 후보는 가졌지만, 이 거대한 판매 기계를 처음부터 만들 돈도 시간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벽 앞에서 선택을 해요. 없는 힘을 억지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그 힘을 이미 가진 회사와 손을 잡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