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비싼지 볼 때 PER을 꺼내요. 주가를 한 주가 버는 이익으로 나눈 값이죠. 이 숫자가 높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비싸다'고 말해요. 벌이에 비해 값을 많이 쳐 줬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자꾸 걸리는 게 하나 있어요. 빠르게 크는 회사는 PER이 거의 항상 높다는 거예요. 시장은 지금의 벌이가 아니라 앞으로 커질 벌이를 보고 값을 매기니까요. 그렇다면 '성장주는 다 비싼 거니까 손대지 말라'고 해야 할까요. 그건 좀 이상해요. 빨리 크는 회사가 값을 더 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데, PER 하나로 뭉뚱그려 '비싸다'고 딱지를 붙이면 성장의 값어치를 통째로 무시하는 셈이거든요.
그래서 누군가 이렇게 되물었어요. 성장 속도까지 계산에 넣으면, 그래도 이 회사가 비싼 걸까?
PER이 똑같이 30인 두 회사가 있다고 해 봐요. PER만 보면 둘은 똑같이 '30배짜리 비싼 회사'예요.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니 달라요. 한 회사는 이익이 1년에 10%씩 자라고, 다른 회사는 30%씩 자라요. 같은 값을 붙였는데, 한쪽은 세 배 빠른 속도로 벌이가 커지는 중인 거예요.
이러면 같은 PER 30이라도 무게가 달라져요. 느리게 크는 쪽은 지금 값이 부담스럽지만, 빠르게 크는 쪽은 곧 벌이가 값을 따라잡을지도 몰라요. PER이라는 사진 한 장은 이 '속도'를 안 보여 줘요. 멈춘 순간만 찍으니까요. 그래서 사진에 속도계를 하나 붙이자는 발상이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