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마음에 안 드는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해 봐요. 경영진을 바꾸고 싶어요. 방법 하나는 주식을 잔뜩 사서 큰 주인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그건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요.
다행히 다른 길이 있어요. 회사의 큰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표로 정해지거든요. 그런데 그 표는 꼭 '내 주식'의 표일 필요가 없어요. 다른 주주들의 표를 빌려 와도 돼요. 주식을 사 모으는 대신, 주주들이 쥔 '표'를 모으는 거예요. 이게 오늘의 주제, 위임장 대결이에요.
주주는 누구나 주주총회에서 표를 던질 권리가 있어요. 이걸 의결권이라고 해요. 그런데 주주가 몇만 명이면, 그 사람들이 다 총회장에 올 수는 없죠.
그래서 이런 게 있어요. "내가 직접 못 가니, 당신이 내 대신 이렇게 표를 던져 주세요." 이 뜻을 적어 넘기는 종이가 위임장이에요. 표를 던질 권리를 잠시 남에게 맡기는 거죠.
경영진을 바꾸려는 쪽은 여기에 눈독을 들여요.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우리 편에 위임장을 주세요, 우리가 회사를 이렇게 바꾸겠습니다"라고 설득해요. 위임장이 쌓일수록 총회에서 던질 수 있는 표가 늘어나요. 주식을 산 게 아니라, 표를 빌려 모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