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이라 하면 어느 정도 굴러가는 사업이 있는 회사를 떠올려요. 팔 물건이 있고, 벌어들이는 매출이 있고, 그걸 시장에 내보이며 상장하죠.
그런데 SPAC은 정반대예요. 사업이 없어요. 제품도, 매장도, 매출도 없어요. 있는 건 통장에 담긴 돈뿐이에요. 대체 뭘 믿고 이런 회사에 사람들이 돈을 넣느냐고요? 바로 이 껍데기를 만든 사람들, 즉 경영진의 계획을 믿고 넣어요. "우리가 앞으로 괜찮은 회사를 찾아 여기에 합칠 테니, 그 미래에 돈을 태워 달라"는 약속인 셈이에요. 알맹이는 나중, 지금은 껍데기와 약속만 있는 상태예요.
SPAC의 첫 단계는 돈을 모아 상장하는 거예요. 경영진이 껍데기 회사를 세우고,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아 자금을 모아요.
여기서 특이한 점이 있어요. 이렇게 모은 돈은 경영진이 마음대로 쓰지 못해요. 대개 별도의 계좌에 묶어 두고, 정해진 목적에만 쓰도록 해요. 투자자 입장에선 "사업도 없는데 돈만 맡기는" 불안을 줄여 주는 안전장치예요.
그래서 이 단계의 SPAC은 속이 텅 빈 상태로 시장에서 거래돼요. 값이 오르내리긴 하지만, 그 안엔 아직 어떤 사업도 들어 있지 않아요. 오직 '앞으로 좋은 회사를 찾겠다'는 기대만 담겨 거래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