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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써도 내는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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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써도값을 내야 하는계약이 있어요

수요가 흔들려도 매출이 버티는 계약

기업 해부
보통은 쓴 만큼 내요. 전기도 쓴 만큼, 물도 쓴 만큼이죠. 그런데 세상엔 '쓰든 안 쓰든 정해진 값을 내라'는 이상한 계약이 있어요. 발전소나 에너지 회사들 사이에서요. 손님이 실제로 안 가져가도 돈은 약속대로 들어와요. 왜 이런 계약을 맺을까요. 수요가 흔들려도 매출이 안 흔들리는 이 계약의 셈법을 풀어 볼게요.
01 ·

쓴 만큼이 아니라니요

우리가 아는 셈법은 단순해요. 쓴 만큼 낸다. 전기도, 물도, 데이터도 쓴 만큼 청구서가 날아오죠. 안 쓰면 안 내고요. 너무 당연해서 다른 방식이 있으리라곤 생각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큰 에너지 세계에는 정반대 셈법이 있어요. "네가 실제로 가져가든 안 가져가든, 정해진 양만큼의 값은 무조건 내라"는 계약이에요. 손님이 그달에 한 방울도 안 써도 약속한 돈은 나가요. 이걸 take-or-pay(안 써도 지불)라고 불러요. '가져가든지(take), 아니면 값은 내든지(pay)'라는 뜻이에요. 왜 이런 계약이 생겼을까요.

02 ·

누가 왜 이런 약속을 할까

이 이상한 계약은 '아주 크고 오래 걸리는 시설'에서 태어나요.

가스를 먼 곳까지 나르는 관을 깐다고 해 봐요. 관 하나 놓는 데 어마어마한 돈과 몇 년이 들어요. 이걸 놓는 회사 입장에선 겁이 나요. 큰돈을 들여 관을 깔았는데, 몇 년 뒤 손님이 "올해는 별로 안 쓸래요" 하면 그 큰 투자가 허공에 뜨니까요.

그래서 지을 때 미리 약속을 받아요. "앞으로 몇 년간, 실제로 얼마를 쓰든 이만큼의 값은 내 주세요." 손님도 그 대신 값을 좀 깎거나,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이득을 얻어요. 짓는 쪽은 큰 투자를 안심하고 회수하고, 쓰는 쪽은 필요한 공급을 묶어 두는 거예요. 양쪽의 겁을 맞바꾼 계약인 셈이에요.

그래서 매출이 안 흔들려요
이 계약이 회사에 주는 선물은 하나예요. 흔들리지 않는 매출이에요. 보통 회사의 매출은 손님이 얼마나 사느냐에 따라 오르내려요. 경기가 나쁘면 손님이 덜 사고,…
안 흔들린다고 안전한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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