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라고 하면 보통 무언가를 만들어 파는 그림을 떠올려요. 신발을 만들거나, 커피를 팔거나요. 그런데 세상에는 물건을 하나도 만들지 않고, 팔지도 않으면서 돈을 버는 회사가 있어요.
이들은 무언가가 '지나가는 자리'를 쥐고 있어요. 돈이든 정보든 사람이든,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넘어갈 때 그 사이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좁은 통로요. 통로를 지날 때마다 아주 작은 몫을 떼어 받죠. 한 건에 붙는 몫은 눈에 안 띄게 작아요. 대신 지나는 횟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옛날 마을 이야기를 하나 해 볼게요. 마을 사람 모두가 쌀을 먹지만, 벼를 쌀로 찧으려면 강가의 정미소를 꼭 거쳐야 했어요. 정미소는 벼를 사지도 팔지도 않아요. 그저 찧어 줄 뿐이에요.
대신 한 가마를 찧을 때마다 한 됫박씩 받아요. 한 집만 보면 됫박 하나는 소소해요. 그런데 마을 전체가, 해마다, 대대로 이 정미소를 거쳐요. 마을이 부자면 부자대로,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어쨌든 쌀은 찧어야 하고요. 정미소는 누가 벼를 많이 심었는지 적게 심었는지에 크게 좌우되지 않아요. '지나가는 양'만큼 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