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배달앱을 만들었다고 해 봐요. 첫날, 앱을 열면 텅 비어 있어요. 손님이 앱을 켜도 주문할 가게가 없어요. 그러니 손님은 금세 나가 버리죠.
그럼 가게를 먼저 모으면 될까요. 그런데 가게 주인 입장에서 손님도 없는 앱에 왜 굳이 들어오겠어요. 주문이 안 오는데요. 결국 이렇게 돼요. 손님은 가게가 없어서 안 오고, 가게는 손님이 없어서 안 들어와요.
어느 쪽이든 상대가 먼저 와 있어야 자기가 올 이유가 생겨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이 얽힘이, 이런 사업이 넘어야 할 첫 번째 벽이에요. 텅 빈 광장에 두 무리를 동시에 데려와야 하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성질이 하나 나와요. 이런 시장은 한쪽만으로는 가치가 거의 없다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당연해요. 파는 사람만 잔뜩 모여 있고 사는 사람이 없으면, 파는 사람에게 이 자리는 아무 쓸모가 없어요.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두 무리가 서로를 만나 거래가 일어나야 비로소 가치가 생겨요.
그래서 이런 걸 양면시장(양쪽이 있는 시장)이라고 불러요. 파는 쪽과 사는 쪽, 두 편을 동시에 얹어 놓고 이어 주는 자리라는 뜻이에요. 배달앱은 식당과 먹는 사람을, 중고거래앱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을, 승차 공유는 기사와 승객을 이어 줘요. 이 자리를 놓는 회사를 흔히 '플랫폼'이라 부르고요. 플랫폼의 가치는 자기가 뭘 만들어서가 아니라, 양쪽을 얼마나 잘 이어 주느냐에서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