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가 10년 동안 쓸 큰 기계를 샀다고 해 봐요. 값을 그해에 한꺼번에 지불했어요. 그럼 이 값을 산 해의 비용으로 몽땅 털어 버리면 될까요?
그러면 이상한 그림이 나와요. 기계를 산 첫해에는 큰 비용이 한꺼번에 잡혀 이익이 폭삭 주저앉아요. 반대로 이듬해부터 10년째까지는, 그 기계로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파는데도 기계값 비용은 하나도 안 잡혀요. 같은 기계를 똑같이 쓰는데, 첫해만 손해 본 회사처럼 보이고 나머지 해는 유난히 잘 번 회사처럼 보이는 거예요. 실제 살림은 매년 비슷한데 장부만 널뛰는 셈이죠. 이 왜곡을 바로잡으려고 만든 규칙이 오늘의 주제예요.
해법은 단순하고 우아해요. 큰 자산의 값을, 그것을 쓰는 여러 해에 걸쳐 조금씩 나눠서 비용으로 터는 거예요.
10년 쓸 기계라면 그 값을 대략 10등분해서, 매년 그만큼씩만 비용으로 잡아요. 그러면 첫해에도, 열째 해에도 비슷한 크기의 기계값 비용이 매년 꼬박꼬박 잡혀요. 기계를 쓰는 기간 내내 그 값을 조금씩 갚아 나가듯 인식하는 거죠. 이렇게 오래 쓰는 자산의 원가를 사용 기간에 나눠 비용으로 인식하는 걸 감가상각(depreciation)이라고 해요. 낡아 가는 값을 해마다 조금씩 털어 낸다는 뜻이에요.
덕분에 장부의 이익이 매년 널뛰지 않고, 실제 살림에 가깝게 고르게 나와요. '언제 돈을 냈나'가 아니라 '언제 그 자산을 쓰나'에 맞춰 비용을 배분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