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대형 계약을 수주했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몇 년에 걸쳐 무언가를 만들어 납품하는 계약이라고 해 봐요. 좋은 소식이죠. 그런데 이 계약 금액이 이번 분기 매출에 통째로 찍힐까요?
그렇지 않아요. 매출은 실제로 일을 해서 납품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잡혀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해서, 아직 만들지도 납품하지도 않은 몫까지 지금 매출로 세지는 않아요.
그래서 방금 따낸 큰 계약은 대부분 '앞으로 할 일감'으로 남아 있어요. 확보는 됐는데 아직 실적으로는 익지 않은 상태죠. 이 '확보됐지만 아직 매출이 안 된 일감'이 오늘의 주인공이에요.
이렇게 계약은 됐지만 아직 매출로 잡히지 않은 일감의 규모를 수주잔고(backlog)라고 불러요. 밀린 일감, 쌓여 있는 주문이라는 뜻이에요.
그림을 그려 볼게요. 어떤 회사가 3년에 걸쳐 300을 납품하는 계약을 땄다고 해 봐요. 첫해에 100을 납품하면 그해 매출은 100이 잡히고, 아직 안 한 200이 수주잔고로 남아요. 이듬해에 또 100을 하면 매출 100, 남은 수주잔고는 100이 되고요.
즉 수주잔고는 '앞으로 매출로 바뀔 일감의 대기줄'이에요. 새 계약을 따내면 이 대기줄이 길어지고, 일을 해서 납품하면 그만큼 줄에서 빠져나가 매출로 옮겨 가요. 계약을 따내는 속도와 일을 해내는 속도, 이 둘의 균형에 따라 잔고가 늘거나 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