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회사가 있어요. 1년 매출이 0원이에요. 파는 물건이 아예 없거든요. 그런데 시장이 매긴 몸값은 조 단위인 경우도 있어요.
보통 우리가 배운 대로면 회사는 물건을 팔아 돈을 벌고, 그 벌이를 보고 값을 매겨요. 그런데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회사는 이 순서가 거꾸로예요. 아직 아무것도 못 팔았는데 값부터 붙어요. 대체 무엇에 값을 매기는 걸까요. 답은 '지금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올지 모르는 약 하나'예요.
약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바로 팔 수 없어요. 사람 몸에 쓰는 물건이라,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오랜 시간에 걸쳐 확인해요.
먼저 실험실과 동물에서 살펴보는 전임상 단계가 있어요. 여기서 가능성이 보이면 사람에게 시험하는 임상으로 넘어가요. 임상은 다시 몇 단계로 나뉘어요. 소수에게 안전한지 보는 단계, 정말 효과가 있는지 보는 단계, 많은 사람에게 넓게 확인하는 단계 순서로요. 이 마지막까지 통과하면 마지막 관문인 규제 당국의 허가가 남아요. 이 문을 다 지나야 비로소 약국에 약이 놓여요.
중요한 건 이 관문들을 대부분의 후보 물질이 통과하지 못하고 중간에 탈락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관문 하나하나가 정말 무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