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는 값이 정해져 있어요. 방금 팔린 값이 지금 값이니까요. 그런데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회사, 오늘 처음 상장하는 회사는 사정이 달라요. 붙일 가격표가 없어요.
너무 높게 부르면 아무도 안 사서 상장이 썰렁해지고, 너무 낮게 부르면 회사가 손에 쥘 돈이 줄어요. 그래서 첫 값을 정하는 일은 무척 조심스러워요. 회사와 상장을 돕는 주관사(상장 실무를 맡는 증권사)는 감으로 찍는 대신, 시장에 직접 물어보는 길을 택해요. 큰돈을 굴리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미리 의견을 구하는 거예요.
먼저 회사는 대략의 값 범위를 제시해요. 예를 들어 "한 주에 만 원에서 만 이천 원 사이로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띠를 그어 두는 거예요. 이 범위를 희망 공모가 밴드라고 불러요.
그러면 기관 투자자들이 답을 적어 내요. "우리는 만 천 원에 십만 주 살게요." 다른 기관은 "만 이천 원에 오만 주요." 어떤 곳은 "값이 얼마든 배정만 해 주면 받을게요"라고 적기도 해요. 이렇게 여러 큰손이 원하는 값과 수량을 한데 모으는 게 수요예측이에요. 주문서를 쌓아 장부를 만든다는 뜻에서 이 과정을 영어로 북빌딩(bookbuilding)이라고 불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