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전기가 갑자기 확 몰리면, 두꺼비집이 스스로 뚝 내려가요. 불편하죠. 갑자기 다 꺼지니까요. 그런데 그 잠깐의 멈춤이 집을 지켜요. 그대로 뒀으면 선이 타거나 불이 났을 테니까요.
서킷브레이커는 전기 회로에서 온 말이에요. 회로에 과부하가 걸리면 스스로 끊어 큰 사고를 막는 장치죠. 이름 그대로예요.
시장에도 이런 장치가 있어요. 값이 너무 빠르게, 너무 크게 빠질 때 거래 자체를 잠깐 멈추는 거예요. 사고 파는 걸 멈춘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어요. 시장은 원래 자유롭게 사고파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왜 굳이 멈추는 걸까요. 이유를 이해하려면 '공포가 어떻게 번지는지'부터 봐야 해요.
평소의 하락은 이유가 있어요. 실적이 나빴다든지, 나쁜 소식이 나왔다든지요. 값이 그만큼 조정되고 멈춰요.
그런데 가끔은 다른 종류의 하락이 와요. 값이 훅 빠지는 걸 본 사람들이 놀라서 팔고, 그 매도가 값을 더 떨어뜨리고, 더 떨어진 값을 본 다른 사람들이 또 놀라서 파는 거예요. 이유가 앞선 하락 그 자체가 되는 상황이죠.
이렇게 되면 값은 회사의 실제 사정과 상관없이, 순전히 겁에 질린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힘만으로 굴러떨어져요. 눈덩이가 비탈을 구르면서 스스로 커지듯이요. 한번 속도가 붙으면 사람의 판단이 끼어들 틈이 없어요. 다들 반사적으로 '일단 팔자'가 되니까요.
서킷브레이커가 끊으려는 게 바로 이 연쇄예요. 하락 그 자체를 막는 게 아니라, 하락이 공포를 낳고 공포가 다시 하락을 낳는 고리를 끊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