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판매대에 옷이 걸려 있어요. 손님은 당연히 백화점 물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뒤집어 보면 사정이 다를 때가 있어요. 그 옷의 진짜 주인은 옷을 만든 브랜드고, 백화점은 자리를 내주고 대신 팔아 주는 것뿐일 때가요.
팔리면 값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고, 안 팔리면 브랜드에 돌려줘요. 백화점은 그 옷을 자기 돈으로 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걸 위탁판매(consignment)라고 해요. '물건을 맡아서 대신 팔아 준다'는 뜻이에요. 오늘은 이 방식이 왜 회사의 체력에 큰 차이를 만드는지 이야기할게요.
먼저 흔한 방식부터 볼게요. 대부분의 가게는 물건을 자기 돈으로 먼저 사요. 이걸 자기재고(owned inventory)라고 해요.
도매상에서 옷 1,000벌을 사 와서 창고에 쌓아요. 이 순간 그 옷은 온전히 가게 것이에요. 잘 팔리면 큰돈을 벌어요. 사 온 값보다 비싸게 파니까요.
문제는 안 팔릴 때예요. 유행이 지나거나 계절이 바뀌면 그 옷은 창고에서 잠자는 돈이 돼요. 헐값에 떨이로 넘기거나, 최악엔 버려야 해요. 사 오는 데 든 돈은 이미 나갔고요. 잘될 땐 이익이 크지만, 안될 땐 손실도 오롯이 가게 몫이에요. 이 방식은 '물건 위에 앉은 위험'을 가게가 통째로 진다는 게 핵심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