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해 봐요. 가장 먼저 궁금한 게 뭘까요. "이 사람이 제때 갚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전부예요.
회사나 나라가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릴 때도 똑같아요. 돈을 빌려주는 쪽(투자자)은 이 발행자가 이자와 원금을 약속대로 갚을 능력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해요. 그런데 세상의 수많은 회사와 나라를 일일이 뜯어볼 순 없죠. 그래서 이 '갚을 능력'을 대신 조사해 한눈에 보이는 성적으로 매겨 주는 곳이 있어요. 그 성적이 바로 신용등급이에요.
신용등급은 숫자가 아니라 대개 알파벳으로 표시돼요. 가장 튼튼한 최상위 등급에서 시작해, 한 칸씩 내려갈수록 '갚을 능력이 조금씩 미덥지 않다'는 뜻이 돼요.
이 사다리에는 눈에 띄는 경계선이 하나 있어요. 위쪽은 '비교적 안심하고 빌려줄 만한' 구간, 아래쪽은 '떼일 위험을 크게 감수해야 하는' 구간으로 나뉘어요. 이 선 아래로 내려간 채권은 위험이 큰 만큼 이자를 후하게 주는데, 그래서 '고위험·고수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해요.
중요한 건 이 등급이 미래를 보증하는 도장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조사 시점의 판단일 뿐이라, 형편이 바뀌면 등급도 오르내려요. 성적표는 한 번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갱신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