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프린터를 아주 싸게 샀다고 해 봐요. 기분이 좋죠. 그런데 몇 주 뒤 잉크가 떨어져 정품 카트리지를 사러 갔더니, 잉크 몇 통 값이 프린터 값에 맞먹어요. 어리둥절하죠. 본체는 그렇게 싸게 주면서 잉크는 왜 이렇게 비쌀까요.
이건 실수도 우연도 아니에요. 회사가 처음부터 그렇게 값을 매긴 거예요. 본체를 싸게, 때로는 밑지면서까지 팔아 손에 쥐여 주고, 그 뒤로 두고두고 소모품을 사게 만드는 것. 이게 오늘 이야기할 장사의 뼈대예요.
이름은 '면도기와 면도날'에서 왔어요. 면도기 손잡이는 싸게 주고, 갈아 끼우는 면도날에서 계속 벌던 옛 장사에서 붙은 이름이에요.
언뜻 이상해요. 물건을 밑지고 파는데 어떻게 돈을 벌죠. 숫자를 그려 볼게요.
어떤 회사가 본체를 만드는 데 100이 드는데, 팔기는 60에 판다고 해 봐요. 한 대 팔 때마다 40씩 손해예요. 그런데 이 본체를 산 사람은 앞으로 전용 소모품을 계속 사야 하고, 그 소모품 한 묶음에서 회사는 30씩 남긴다고 해 봐요.
한 사람이 쓰는 동안 소모품을 열 번 산다면 300이 남아요. 처음의 40 손해를 훌쩍 넘죠. 그러니까 회사는 본체 한 대를 '손님을 데려오는 입장권'으로 보는 거예요. 입장권은 밑지고 팔아도, 일단 들어온 손님이 오래 머물며 쓰는 돈에서 벌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