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재산이 눈에 보였어요. 금고에 금붙이가 있고, 서랍에 증서가 있었죠. 손으로 만질 수 있으니 '내 것이 여기 있다'는 감각이 분명했어요.
지금 우리가 가진 주식은 그렇지 않아요. 만져지지도, 서랍에 넣어 둘 수도 없어요. 대부분 전자 기록으로만 존재하죠. 그래서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이 생겨요. 이 만져지지 않는 재산은 대체 누가, 어디에, 어떻게 지키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는 자리가 오늘의 주인공이에요.
펀드를 예로 들어 볼게요. 펀드에는 두 가지 일이 있어요. 하나는 '어디에 투자할지 정하고 굴리는' 일이에요. 이건 운용하는 회사가 맡아요.
다른 하나는 그렇게 산 주식과 돈을 '실제로 맡아 두고 지키는' 일이에요. 그런데 이 두 번째 일은 굴리는 회사가 직접 하지 않아요. 따로 있는 수탁은행이 맡아요.
왜 굳이 나눌까요. 만약 굴리는 회사가 돈까지 직접 쥐고 있으면, 마음만 먹으면 그 돈을 엉뚱한 데 쓰거나 빼돌릴 수 있어요. 그래서 '정하는 손'과 '쥐는 손'을 아예 다른 곳으로 떼어 놓는 거예요. 운용사는 '이 주식을 사라'고 지시만 하고, 실제 자산은 수탁은행 금고에 들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