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하나 산다고 해 봐요. 매물에 '5억'이라고 붙어 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집엔 은행 대출 2억이 걸려 있고, 대신 집주인이 금고에 현금 5,000만 원을 두고 가요. 그럼 내가 이 집을 온전히 갖는 데 실제로 드는 돈은 얼마일까요.
붙어 있는 가격표 5억만 보면 안 돼요. 떠안는 빚 2억을 더하고, 딸려 오는 현금 5,000만 원을 빼야 해요. 5억 더하기 2억 빼기 5,000만 원, 실제로는 6억 5,000만 원이 드는 셈이에요.
회사도 똑같아요. 회사를 통째로 사려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주식값'만 내지 않아요. 그 회사가 진 빚도 함께 떠안고, 그 회사가 쥔 현금은 함께 얻거든요. 그래서 회사의 진짜 몸값을 재려면 주식값 너머를 봐야 해요.
회사의 주식값 전체를 시가총액이라고 해요. 주가에 주식 수를 곱한 값이죠. 그런데 이건 '주주 몫의 값'일 뿐이에요.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값은 여기서 두 걸음 더 가요. 먼저 회사가 진 빚을 더해요. 사는 순간 그 빚도 내 짐이 되니까요. 그다음 회사가 가진 현금을 빼요. 그 현금은 사자마자 내 손에 들어와 인수 부담을 덜어 주니까요.
이렇게 시가총액에 빚을 더하고 현금을 뺀 값을 EV(기업가치, enterprise value)라고 해요. 앞의 집 이야기 그대로예요. 가격표에 걸린 빚을 얹고, 딸려 오는 현금을 덜어 낸 '실제로 통째로 사는 값'이죠. 시가총액이 '주주에게 치르는 값'이라면, EV는 '회사 전체를 손에 넣는 값'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