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이 난 주식을 앞에 두고 우리는 종종 이렇게 생각해요. "지금 팔면 손해지만, 안 팔면 아직 결판난 게 아니잖아. 오르면 되니까."
틀린 말은 아니에요. 안 팔면 값은 다시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생각의 진짜 힘은 다른 데서 나와요. 팔지 않는 한, 그 손실을 '내 손해'로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어요. 계좌에 빨간 숫자가 떠 있어도, 팔기 전까진 어딘가 '아직'이라는 여지가 남아 있는 것 같거든요. 오늘은 그 '아직'의 정체를 이야기해 볼게요.
여기서 두 가지를 나눠 볼게요. 사 둔 주식이 값이 내려서 계좌에 마이너스로 떠 있는 상태, 이건 '아직 안 판 손실'이에요. 회계에선 이걸 미실현 손실(평가손실)이라고 불러요. 값이 다시 오르면 사라질 수도 있는, 아직 종이 위의 숫자예요.
반면 실제로 팔아서 손해가 확정된 건 실현 손실이에요. 이건 되돌릴 수 없어요.
지갑 사정으로만 보면 둘의 무게는 거의 같아요. 값이 내렸다는 사실은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요. 그런데 마음이 느끼는 무게는 완전히 달라요. 미실현 손실은 견딜 만한데, 그걸 실현 손실로 바꾸는 '매도 버튼' 앞에서 손이 굳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