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에서는 이름값이 성벽이 되는 회사를 봤어요. 값을 좀 더 비싸게 불러도 손님이 남는, 그런 힘이었죠. 오늘은 정반대 방향의 성벽 이야기예요.
어떤 회사는 비싸게 파는 게 아니라, 싸게 만드는 것으로 자기를 지켜요. 남들과 똑같은 물건을 남들보다 적은 돈으로 만들어 내는 거예요. 화려한 기술도, 유명한 이름도 없이요. 그저 '싸게 만든다'는 이 한 가지가, 알고 보면 아주 단단한 무기예요. 왜 그런지 하나씩 풀어 볼게요.
두 회사가 똑같은 물건을 판다고 해 볼게요. 한 회사는 그 물건을 만드는 데 남들만큼 돈이 들고, 다른 회사는 어떤 이유로든 남들보다 적게 들어요.
시장이 평온할 땐 둘 다 웃으며 팔아요. 원가가 낮은 쪽이 더 많이 남길 뿐이죠. 그런데 경쟁이 붙어 값을 깎는 싸움이 시작되면 상황이 갈려요. 원가가 낮은 회사는 값을 내려도 아직 남는 게 있어요. 반면 원가가 높은 회사는 값을 따라 내리는 순간 남는 게 사라지거나 손해를 봐요.
같은 값에 팔아도 한쪽은 여유가 있고 한쪽은 피가 마르는 거예요. 이 차이가 오래 쌓이면 결과가 갈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