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미래 산업이라고들 해요. 안 쓰이는 데가 없고, 앞으로 더 많이 쓰일 거라고요. 그 말은 맞아요.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있어요. 어떤 반도체 회사는 몇 년을 두고 꾸준히 커 가는데, 어떤 반도체 회사는 잘나가다 폭삭 꺼지고, 다 죽었나 싶으면 또 살아나요. 주가도 실적도 파도처럼 크게 오르내려요.
같은 '반도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비밀은 '어떤 반도체를 만드느냐'에 있어요. 반도체에도 성격이 아주 다른 갈래가 있고, 그중 유독 파도를 세게 타는 갈래가 있어요. 오늘은 그 파도의 정체, '메모리 사이클'을 뜯어볼게요.
반도체를 크게 두 갈래로 나눠 볼게요.
한쪽은 특별한 반도체예요. 회사마다 설계가 다르고, 남이 못 만드는 재주가 들어가 있어요. 무언가를 계산하고 판단하는 두뇌 같은 칩들이 여기 속해요. 이런 칩은 "이걸 만들 수 있는 데가 여기밖에 없어"가 되기 쉬워서, 값을 부르는 힘이 세요.
다른 한쪽은 규격 반도체예요. 대표가 '메모리'예요. 정보를 잠깐 담아 두거나 저장해 두는 칸 같은 칩이죠. 이건 규격이 표준으로 정해져 있어요. A 회사 것이든 B 회사 것이든, 같은 규격이면 서로 바꿔 껴도 돌아가요. 쌀이나 기름처럼, 어느 집 것이든 성질이 비슷한 규격품에 가까워요.
이 '규격품'이라는 성질이 메모리의 운명을 갈라요. 서로 바꿔 쓸 수 있으니, 사는 쪽은 결국 더 싼 걸 골라요. 그래서 메모리 회사들은 늘 값을 두고 경쟁해요. 여기서부터 파도가 시작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