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짜리 한 장은 어디서 왔든 만 원이에요. 열심히 번 월급 만 원이나, 뜻밖에 생긴 보너스 만 원이나, 길에서 주운 만 원이나, 살 수 있는 건 똑같아요. 돈에는 원래 색깔이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이 돈들을 전혀 다르게 대해요. 월급은 아껴 쓰면서, 보너스는 "이건 원래 없던 돈이니까" 하며 선뜻 써 버려요. 같은 만 원인데 어디서 왔느냐에 따라 지갑에서 나가는 속도가 달라지는 거예요.
이렇게 마음속에서 돈을 출처별로 다른 서랍에 나눠 넣고 따로 관리하는 걸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라고 불러요. 편할 때도 있지만, 투자 앞에서는 이 서랍들이 판단을 슬쩍 비틀어요.
심적 회계가 만드는 서랍 중에 가장 위험한 게 '공돈' 서랍이에요.
갑자기 생긴 돈, 예를 들어 예상 못 한 보너스나 뜻밖의 환급금 같은 걸 우리는 마음속에서 '공돈'이라 이름 붙여요. 그러면 이 돈은 잃어도 덜 아파요. 원래 없던 셈 치니까요. 그래서 공돈으로는 평소라면 안 할 위험한 선택을 쉽게 해요. "어차피 공짜로 생긴 거, 한번 걸어 보지 뭐" 하면서요.
하지만 냉정히 보면 공돈도 내 돈이에요. 그 돈으로 물건을 살 수도, 빚을 갚을 수도 있어요. 잃으면 똑같이 줄어드는 내 재산이죠. '공돈이라 덜 아깝다'는 느낌은 돈의 성질이 아니라, 내가 붙인 꼬리표가 만든 착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