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할 땐 사실 두 개의 숫자가 필요해요. 하나는 '그 일이 얼마나 클까'(결과의 크기)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일어날 확률)예요. 둘을 함께 봐야 그 일의 무게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이 두 숫자를 공평하게 다루지 못해요. 결과가 강렬할수록 크기 쪽 숫자만 크게 부풀고, 확률 쪽 숫자는 흐릿하게 지워져요. 오늘 볼 이야기는 이 '지워지는 숫자', 바로 확률에 관한 거예요.
왜 확률이 지워질까요. 우리 머릿속은 숫자보다 장면에 훨씬 강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에요.
'성공 확률이 아주 낮다'는 말은 머릿속에 별다른 그림을 안 남겨요. 그런데 '성공하면 이 회사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선명한 장면을 하나 띄워 줘요. 그 장면이 생생할수록, 우리는 '얼마나 드문 일인가'라는 밋밋한 확률은 잊고 눈앞의 그림에 빠져들어요. 실제로 '거의 안 일어난다'는 확률과 '만약 일어나면 어마어마하다'는 장면이 붙어 있으면, 마음은 뒤쪽 장면만 붙들고 앞쪽 확률은 슬그머니 놓아 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