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나 떠올려 볼게요. 카드를 든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만 상대의 패를 훤히 볼 수 있다면요? 그 게임은 시작하기도 전에 승부가 기울어 있어요. 공정하지 않죠.
주식 시장도 다르지 않아요. 회사 안에 있는 사람은 실적이 어떤지, 큰 계약이 깨졌는지, 새 사업이 잘되는지를 먼저 알아요. 반면 밖에 있는 투자자는 그걸 모른 채 사고팔죠. 만약 이 격차를 그냥 두면, 아는 사람만 유리한 기울어진 게임이 돼요. 그래서 시장에는 이 기울기를 바로 세우는 규칙이 반드시 필요해요.
그 규칙의 뼈대는 단순해요. 회사는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중요한 사실을 스스로 밝혀야 해요. 이걸 공시라고 불러요.
여기서 눈여겨볼 낱말이 '중요한'이에요. 사소한 회사 내부 일까지 다 알리라는 게 아니에요. 투자자가 사고파는 결정을 바꿀 만한 사실, 그러니까 알았다면 다르게 움직였을 법한 사실을 열어 두라는 거예요.
무엇이 '중요한지'를 회사 마음대로 감출 수 없게, 어떤 종류의 사실은 반드시 알리도록 제도가 틀을 잡아 둬요. 덕분에 회사는 '이 정도는 안 알려도 되겠지' 하고 넘어갈 수 없어요. 밝히는 게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