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계단을 오르다 보면 우리는 아무 단에서나 쉬지 않아요. 층과 층 사이 넓은 계단참에서 숨을 고르죠. 딱히 그 자리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눈에 확 들어오는 '경계'라서 자연스럽게 멈추게 돼요.
숫자를 대할 때도 비슷해요. 우리 머릿속엔 유독 눈에 띄는 계단참 같은 숫자들이 있어요. 100, 500, 1,000처럼 0이 딱 떨어지는 숫자예요. 97이나 103은 그냥 지나치는 중간 지점처럼 느껴지지만, 100은 하나의 문턱, 하나의 매듭처럼 다가와요.
그래서 주가가 이런 숫자 근처에 오면, 사람들의 마음이 거기서 잠깐 멈춰요. 사고파는 결정이 둥근 숫자 언저리로 슬금슬금 몰리는 거죠.
왜 하필 둥근 숫자일까요. 우리 머리가 숫자를 대충 뭉뚱그려 다루기 때문이에요.
98달러쯤 되는 주가를 두고 우리는 속으로 "음, 100 정도"라고 반올림해요. 세밀하게 98.37을 기억하기보다 둥근 숫자로 묶어서 이해하는 게 편하니까요. 이렇게 마음속 기준점을 둥근 숫자에 두면, 그 숫자가 '넘느냐 마느냐'의 문턱처럼 느껴져요.
게다가 둥근 숫자엔 상징이 붙어요. "드디어 세 자리", "1,000 돌파" 같은 말은 그 자체로 사건처럼 들리죠. 실제로 99와 100 사이에 회사의 값어치가 갑자기 달라진 건 없는데도, 숫자의 생김새 하나에 의미가 얹혀요. 그 의미가 사람들을 그 언저리에서 머뭇거리게 만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