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을 매번 카드로 긁기 귀찮아서, 앱에 미리 얼마를 충전해 둔 적 있죠. 5만 원을 넣어 두면 마실 때마다 거기서 빠져나가요. 편해서 좋아요.
그런데 그 5만 원이 지금 어디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아직 커피 한 잔도 안 마셨는데, 그 돈은 이미 내 계좌에서 회사 계좌로 넘어가 있어요. 나는 '커피 마실 권리'를 들고 있고, 회사는 '진짜 현금'을 들고 있는 거예요. 이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 생각보다 큰 이야기의 시작이에요.
충전한 5만 원은 묘한 위치에 있어요. 회사가 쥐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회사가 번 돈은 아니에요. 손님이 나중에 커피로 바꿔 가야 비로소 '판 것'이 되거든요.
그래서 회사 장부에는 이 돈이 매출이 아니라 '언젠가 커피로 돌려줘야 할 몫', 즉 부채로 적혀요. 회사 입장에선 갚아야 할 빚처럼 잡히는 거죠. 그런데 이 빚은 아주 특이한 빚이에요. 이자를 한 푼도 안 줘도 되고, 갚는 것도 돈이 아니라 커피로 갚아요. 세상에 이렇게 편한 빚이 없어요.